구걸에 대하여
오늘은 여행으로 피곤한 육신에 휴식을 주려고 한다. 여유 있게 테르미니 역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나이가 든 허름한 행색의 시뉴어, 시뇨라들이 작은 컵을 들이밀면서 동전을 달라고 한다.
내가 20~30대 시절에는 우리나라에도 구걸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많았다. 전철을 타면 앵벌이(구걸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애타는 사연을 적은 종이를 전철의 좌석에 앉아서 가는 사람들의 무릎에 한 장씩 놓고서, 애절한 목소리로 종이에 적힌 대로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말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나눠준 쪽지를 회수하려고, 앉아서 가는 사람들에게 가서 껌이나 볼펜 같은 저렴한 물건을 들이민다. 그것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지, 잠이 들고, 가끔 천 원 지폐나 동전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하여 어린아이들에게 앵벌이를 가르쳐서 먹고사는 거지 왕초들도 있다고 들었다.
직장에서 일과를 마치고, 식당에서 동료들과 직장상사를 안주로 신나게 대화하며 술을 먹거나, 젊은 남녀가 데이트하면서 식사하는 장면을 포착하면, 어디서 오셨는지 꽤제제한 행색의 아저씨 또는 아줌마가 나타나서, 전문 직업인의 행색 중에 하나인 지저분한 손을 내밀면서 구걸을 하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귀찮아서 성질 급한 친구가 돈을 주고, 데이트하는 사람들은 작업에 무지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혹은 자신의 선한 마음이나 호탕함을 뽐낼 찬스를 놓치지 않고 돈을 준다.
내가 젊어서 들은 이야기인데, 구걸이 직업인 어떤 사람은 지하철로 종로나 을지로 등 자신의 여러 구역 중 하나에(구역이 여러 개인 이유는 매일 같은 장소에서 구걸을 하면, 본인의 소득이 많이 감소되기 때문임.) 내려서, 역에 있는 화장실에서 작업복(앵벌이 복장)으로 갈아입고, 출근복은 지하철의 보관함에 보관하고 일을 시작하는데, 어떤 경우라도 방문한 두 곳의 가계 중 어느 한 곳에서 반드시 돈을 받아야 나온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최소 확률 50%이고, 최고 확률은 100%이다. 심지어 손심이 안 주면 약간의 영업방해를 해서 주인에게라도 돈을 받아서 나오는 진정한 프로정신의 구걸인도 있다. 더 하품이 나오는 것은 자신이 2층집에 살며, 아이 둘을 미국에 유학 보냈다고 자랑을 했다고 한다.
돈의 속성
사실 돈이라는 것이 나누면 모두 행복한데, 말처럼 쉽지는 않다. 공산주의 이론은 좋은데 실현되지 않는다. 천만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에 아무리 두어도, 아이들도 관심 없는 100원이라는 작은 돈을 모아서 한 사람에게 주면 10억 원이라는 무지 큰돈이 된다. 복권이 대표적인 예이지만, 복권은 내가 당첨될 확률이 매우 낮다.
내가 어린 시절에 서로 절친인 아주머니들이 친목도 다지고, 목돈을 만들려고 계(진짜 절친인 10여 명의 인원이 일정 금액을 한 달에 한번 만나서,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제도)를 조직하였다. 그러나 간혹 혹심을 가지고 계를 조직하는 오야도 있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하므로, 계의 기간은 계원들의 숫자 곱하기 한 달이 기간이다. 한 달에 한 번 아주 맛난 식당에 모여 담소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고, 가져온 곗돈을 그날 계를 타는 순번의 사람에게 모아준다. 그날의 식사는 계를 탄 사람이 계산한다. 나도 가끔 곗날에 엄마를 따라가서 맛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엄마가 외출 후 늦게 들어오시면, 오늘은 또 어디서 맛난 음식을 드시고 오셨나 하고 혼자 생각한 적도 있다. 마지막 번호의 계원까지 곗돈을 타고 계가 잘 마무리되면, 서로 신이 나서 더 큰 금액의 계를 만든다. 그러면 거기서 사달이 나는 경우가 많다. 계를 만든 오야가 맨 처음에 계를 타서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돈을 뜯긴 계원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하고, 도망간 오야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을 수소문하여, 오야의 행방을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러나 도망가는 사람이 자신의 행방을 알리고 도망가는 멍청한 사람은 없다. 혹시라도 오야가 살던 집에 한 번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계원들이 계 타는 순서로 순번을 정하여 오야의 집 주변에 잠복근무를 한다. 혹시 계원 중에 경찰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사건화 되어서, 얼굴사진(일명 머그 샷)이 천하에 공개된다. 옛날에는 공중목욕탕에 지명수배자의 사진을 봍여놓았다.
투캅스 이야기
여행 중에 원영이가 카드를 분실하여 분실신고를 하니, 이태리 경찰서에서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카드회사에서 요구를 한여 같이 폴리찌아(이태리 경찰)에 갔다. 경찰서에 들어가니 허리벨트에 권총을 찬 경관이 용무를 묻기에 신용카드 분실증명을 받으러 왔다고 하니, 서류를 주면서 작성을 하라고 하여, 작성해 주니 좀 기다리라고 한다. 우리 외에도 서양인 노부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둘이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나는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봐서 숙소로 갔다.
한참을 기다리니 원영이가 돌아와서 나에게 하는 말이, 외국인 노부부는 여행경비전부와 여권까지 싹 털렸다고 한다.
두 부부가 야외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데, 건장한 젊은 남자가 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할머니 무릎 위의 핸드백을 들고 튀었다고 한다. 노인네가 잘 훈련된 도둑을 뛰어가서 잡을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가방 안에는 여권, 반지, 목걸이, 신용카드, 현금 2천 유로 등 여행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있었다고 할머니께서 말했다고 한다.
노부부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신고했지만 절대로 잃어버린 것들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30여 년 전에 내가 본 마이 뉴 파트너라는 제목의 이태리 영화로 해석을 하면 결말을 아래와 같을 것이다.
지금부터의 스토리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내 생각일 뿐이고, 이태리의 치안을 담당하는 폴리찌아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고 미리 밝힌다.
두 노인의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의 머리에는 이미 해결된 사건이고, 어떤 부랑아를 잡아서 족치면 범인을 바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노인이 작성한 서류에 적힌 카페 근처에, 자신이 돌봐주는 척하는 전과자 한 명을 찾아간다. 폴리찌아를 본 전과자는 깜짝 놀라면서, 본능적으로 도망을 가지만 바로 잡혀서 5대 맞을 것인데, 괘씸죄의 대가로 추가로 아까보다 아주 더 세게 3대 더 맞고, 어느 놈이 신나서 돈을 쓰고 다니며, 작물시장을 어슬렁대고 다닌다고 다 털어놓는다. 사실 이 전과자는 손을 씻고 정직하게 살아보려고, 아주 작은 가게를 운영하여 겨우 식구들 입에 풀칠하며 살아간다. 부랑아들 간에 의리는 절대로 없다. 이태리의 폴리찌아는 권총을 항상 차고 다니고 아주 무서워서, 버티면 버틸수록 매를 곱으로 때리므로, 버텨봐야 매를 벌 뿐이므로, 혹시 자신이 아는 것이 없으면 부랑아가 형사로 변신하여 자신들의 똘마니들을 풀어서 범인을 찾아내고, 자신이 정보를 주었다는 말은 절대 비밀이라는 보장을 받고, 폴리찌아에게 정보를 준다. 폴리찌아는 알았으니 결론을 빨리 말하라고 다그친다. 왜냐하면 시간이 돈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현찰은 다 없어진다. 부랑아들은 한 건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얼굴 표정도 틀려지고, 그동안 궁핍했던 생활을 보상받으려고, 흥청망청 다 쓰고 다니므로, 말을 안 해도 부랑아들 다 안다.
그러나 부랑아가 고자질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서 자신의 심장에 꽃친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부랑아의 위에는 항상 폴리찌아가 군림한다. 그러나 먹이사슬은 하나의 사슬이므로,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공격하는 것처럼, 결국에는 폴리찌아도 물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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